작업노트
풀, 나무, 숲은 내 눈앞에 그냥 툭 내던져 있었다. 애써 바라볼 필요도 없고, 굳이 외면할 필요도 없는 대상이다. 내가 나기 전부터 그들은 존재해왔고 또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것을 짐작한다.
나는 그 대상들 앞에서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땅으로부터 생성된 피조물들, 땅의 결은 언제나 선한 기억을 만들어주었다. 동시에 그 대상과 나 사이에 알 수 없는 심연 같은 것이 분명 존재했음도 느낀다.
나는 그렇게 인식했고 또 그 생각을 굳이 수정할 이유를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 상하좌우로 펼쳐진 대상들의 공간과 팽창이 주는 긴장감은 아름답다.
우연은 굴곡과 요철을 만들고, 음영과 색채를 만든다. 자연물의 미묘한 떨림 한가운데로 나를 데려다 준 것도, 내 작은 몸을 휘감는 기운을 도운 것도 우연이었다. 그렇게 우연 속에서 살아왔고, 그 길을 또 걸어갈 것이다.
나의 풍경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풍경이다. 그래서 이 풍경이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질문은 스스로 하지 않는다. 부재의 장소도 가공의 장소도 아니다. 늘 그래왔듯이, 늘 보아왔듯이 ‘그렇게 보이는’ 풍경들일 뿐이다. 때로는 멀리서, 가끔씩은 가까이에서 그들을 기꺼이 소환한다. 그래야만 하니까. 때로는 푸르게, 때로는 붉게 보이는 그 풍경. 나는 그 속에서 위안 얻는다.
운 좋으면 비 내음 가득 머금은 땅도 만날 수 있다. 조금은 흐릿하지만 생각보다 강한 그 내음이 대지 위로 올라올 때, 색다른 생명감을 얻는다. 예상대로 그곳에는 풀 섶과 크고 작은 나무들이 자리한다. 그것도 아주 근사한 모양으로 말이다. 행여 서늘한 공기를 내뿜는 나무 이파리를 만나면 좋은 일이다. 거기에 온기 머금은 흙도 더해지면 또 아름답다고 말할 것이다.
데쟈뷰가 이루어지고, 흔들리는 자연과 사물들이 있다. 아마도 현실과 대상 사이에서 일어나는 부조화 때문일 테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것을 바라보고, 냄새 맡고, 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 변함없이 그윽한 눈으로 대상들을 바라보는 일. 여전히 소년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일. 그런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는 일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이런 태도들이 하나하나 모여 작업을 이룬다. 자잘한 것에 대한 경외, 그리 대수로울 것 없는 것에 대한 연정으로 말이다.
감윤조
중앙대학교 회화학과 졸업
중앙대학교 대학원 서양화 전공 졸업
홍익대학교 미학과 박사과정 수학
개인전
관훈갤러리, 포네티브 스페이스, 갤러리 반포대로5
단체전
창작미술협회전(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인사아트센터 등)
한국구상미술대제전(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BARA(인사아트센터)
한국현대미술초대전(중국미술대학)
서울국제현대회화제(백상갤러리)
구조전 창립20주년기념전(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비무장지대문화예술운동작업전(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오늘의 청년전(아르코미술관)
베를린국제현대미술전((Frederica Gallery, Berlin)
한국현대미술 80년대의 정황전(갤러리 동숭아트센터)
제7회,제8회대한민국미술대전(국립현대미술관)
제11회 중앙미술대전(호암갤러리)
과정과 실재(토탈미술관) 등
강의경력 등
중앙대 대학원, 추계예술대 대학원, 성신여대 대학원, 숙명여대 정책대학원, 삼육대, 수원여대, 백석예술대, 동국대,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의전당‧고용노동부 컨소시엄 강사 역임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서울시립미술관, 포항아트스티벌, 한전아트센터, 크라운해태제과 조각공모전, 프론티어공모전 심사,자문위원 역임
현재
예술의전당 재직,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