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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서사와 풍경의 계보

6월 28 2022 - 7월 03 2022

일상의 서사와 풍경의 계보

 

‘서사’가 개별적인 사건에 연속성을 부과해서 이야기를 만드는 것으로 평범한 일상에 자기만의 시각을 부여해 의미를 만드는 작업이라면 ‘계보’는 연속성을 담보한 수직적 계승이 아닌 단절을 통한 수평적 확장으로 새로운 길의 모색이 요구되는 개념이다. 그래서 서사를 구축하는 과정과 계보학이 가능해지는 순간은 ‘독창성’ 아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일상의 서사와 풍경의 계보>라 이름 붙여진 이 전시회에는 예술의 전당 미술 아카데미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25명의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각자의 삶의 모습을 다양한 색으로 또 여러 형식으로 표현하면서 세상과의 관계맺음을 통한 서사와 세상 속에 자리매김으로 계보를 만들어 가는 것을 개성 있는 화풍들로 잘 보여주고 있다.

 

주목해야할 점은 이 작가들이 서사를 만들어 가는 방법이다. 그리기에 선행되는 바라봄은 대상과의 정서적 교감과 더불어 서정적 직관을 가져오고 이때 이성적으로는 파악될 수 없고 다가갈 수 없는 또 다른 실재를 만날 수 있는데 일상의 의미와 풍경이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있다. 어떤 그림은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환기시켜 정서적 교감을 이끌어 내고 있고 또 어떤 그림은 서정적 직관이 빛나는 심상으로 화면을 채우고 있기도 한다. 이처럼 각자의 회화적 언어 속에서 일상은 그 본래 모습 대신 아무도 모르는 내밀한 서사로 기호화 되어 숨기도 하고 상징과 은유의 옷을 입고 당당하게 활보하고 있기도 한 것이다.

 

작가들 개개인의 내,외적체험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일상의 인식이 반복되는 삶에서 의미를 찾아내어 시각적 서사를 그려내는 이러한 작업들은 그 과정만큼 결과도 독창적인 풍경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 일상이 풍경을 구축하고, 풍경이 일상을 품고 있는 이 그림들은 자신의 고유한 삶의 이해에서 출발해서 타인과 세계의 이해로 되돌아 나오고 있는 것이기에 그려지는 풍경은 내면을 비추는 거울임과 동시에 외부세계로 열려진 창문이 되는 것이다. 햇살과 바람, 감정과 기억 등 나만이 경험하고 이해하고 표현한 풍경은 ‘나의 나됨’으로 다른 풍경들과 구별되는 풍경이고 모방이 아닌 창조로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되는 것이다. 계보의 문제는 결국 ‘나의 나됨’ 이라는 정체성의 문제이고 또 니체의 말처럼 자기만족에 머무르지 않고 자기상승을 추구하는 구별되는 인식과 행위, 의지인 것이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의 의미가 결국은 온전하고 완전한 삶을 살아가길 원한다면 결코 한 순간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지금이라는 시간을 구별되게 바라보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는 것을 이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보여주고 있다. 요셉 보이스가 모든 사람은 예술가라고 선언한지도 벌써 40 여년이 지났다. 근원적으로 영원을 지향하는 몸짓인 예술을 통하여 삶의 충만함을 느끼고 싶어 하고 또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더 많이 가지려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이번 전시 <일상의 서사와 풍경의 계보>는 삶과 예술의 관계에 대한 하나의 모색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노순석 (조형예술학 박사)

  • Date: 6월 28 2022 - 7월 03 2022
  • Location:1F, 2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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